여행생각

[구형왕릉] 가락국의 마지막 왕, 구형왕의 신비한 돌무덤 

구형왕릉은 가락국의 마지막 왕으로 알려진 구형왕이 잠든 곳이다. 

‘나라를 보전하기 못한 내가 어찌 흙 속에 묻힐 수 있으랴. 차라리 돌 속에 들어가 가야 백성을 지키겠노라’ 신라 법흥왕에게 나라를 넘겨준 가락국의 마지막 왕 구형왕은 

산청의 지리산 수정궁에서 나라 읽은 설움에 눈물로 나날을 보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고, 

자신의 한을 외진 산골에 돌무덤으로 남겼다. 수로왕이 나라를 세운 지 490년 만의 일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4국시대를 열어가며 찬란한 가야문화를 꽃피웠던 가락국은 주변 열강들의 세력 다툼 속에 국운을 잃고 결국 신라에 나라를 내주고 말았다. 

가락국의 마지막 왕 제10대 구형왕은 즉위한지 12년만인 서기 532년에 신라 법흥왕의 침공을 받게 되자 친히 장졸을 이끌고 낙동강 연안에 진을 치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신라에 나라를 양도해 결과적으로 신라가 한반도 전체를 통일하는 기초를 만들어 주었다. 

나라를 넘겨주어 양왕이라고 일컫고, 산청 왕산의 수정궁에 은거하다 5년 후 세상을 떠나 돌무덤 속에 묻혔다. 

왕릉의 모습은 마치 작은 피라미드처럼 수많은 천연바위를 단단하게 맞물리게 쌓아 만들었다. 

앞면은 7단을 이루고 있으나 뒷면은 갈수록 경사가 커져서 각 층의 등급의 높이에 따라 줄어든다. 

석렬은 앞면에서도 직선이 아닌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모퉁이도 뚜렷하지 않고 정상은 봉분과 같이 타원의 반구형을 이루고 있다. 

구형왕릉은 중앙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감실이 있다. 

순장제도와 돌널무덤으로 대표되는 가야 양식과도 어울리지 않고 장군총 등 고구려 초기 돌무지무덤과도 차이가 난다. 

무덤 앞의 비석, 들짐승 등의 석물은 모두 후대에 만들어 세운 것이다. 

구형왕은 김수로왕 별궁이 있던 태왕궁지에 수정궁을 짓고 여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구형왕은 시조 할아버지가 계셨던 왕산으로 들어와 나라를 잃은 죄를 용서받고 아픔을 위로 받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형왕의 손자인 김유신이 젊은 시절 할아버지의 무덤인 구형왕릉을 찾아 왕릉을 돌보며 무예를 갈고 닦아 

삼국통일의 영웅이 되었다고 하니 구형왕의 설움과 한을 손자가 풀어준 셈이다. 

구형왕릉 보능각은 전면 중앙에서부터 높이 1미터 내외의 담이 둘러져 왕릉을 보호하고 있다. 

구형왕릉에 대한 기록으로는 《동국여지승람》, 《산청현읍지》, 《대동지지》, 《조선환여승람》 등에 남아 있다. 

구형왕릉은 막연히 신비의 무덤 혹은 미지의 무덤으로만 알려져 오다가 여러 사료들에 의해 ‘구형왕릉’으로 추정돼 1968년 사적 제214호로 지정되었다. 

능 아래쪽 1킬로미터 지점에는 구형왕과 왕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덕양전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김수로왕의 후손인 김해 김씨 문중은 구형왕과 왕후의 위패를 모시고 춘추향례와 삭망향화를 드린다. 

《삼국유사-가라국기》에 따르면 신라 법흥왕과의 싸움에 패한 구형왕이 ‘나라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지 못할 전쟁에서 백성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도 국왕의 도리’라 생각해 백성을 노예로 삼지 않고 양민으로 살수 있도록 신라 백성으로 받아줄 것을 합의한 후 항복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명예보다 백성의 안위를 걱정했던 구형왕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계곡 한 켠에 돌무덤으로 자리 잡은 구형왕릉을 돌아보고 나면 왠지 애민을 실천한 구형왕의 정신이 신라로 전해져 삼국통일의 힘을 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비운의 삶을 산 왕과 그 자손들이 이룩한 영광스러운 역사까지 구형왕릉에는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구형왕릉은 대중교통 이용 시 산청시외버스터미널-화계 행 농어촌 버스 승차 후 구아마을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17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차는 구형왕릉 아래 쪽에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