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한개마을] 고풍스런 고택과 돌담길이 정겨운 선비촌 

고즈넉한 전통한옥과 아름다운 토석담길을 볼 수 있는 ‘한개마을’은 성주에 있는 성산이씨의 집성촌으로 무려 6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한 개’는 ‘큰 개울’이라는 뜻의 우리말로 예전에 큰 개울이 있었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대구의 ‘옻골마을’보다 규모가 크고, 안동의 ‘하회마을’보다는 조금 작지만 한적하게 걸으며 조용히 마을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끔씩 삶의 속도를 늦추고 느린 걸음으로 걷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성주군 월항면에 있는 한개마을이다. 

전통가옥이 어우러진 옛 골목길이 아름다운 이 마을은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가 처음 입향하여 개척한 마을로 현재는 그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성산이씨 집성마을이다.

 이 마을은 17세기부터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였으며, 응와 이원조, 한주 이진상등의 이름난 유학자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계 이승희 등의 인물을 배출한 곳이다. 

또한 마을의 전통한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토석담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 또한 높은 곳이다.

한개마을에서는 문화탐방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문화관광해설사를 상시 배치하여 안내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의 자취가 베어 있는 이 마을에서는 숙박체험, 마을역사탐방, 전통농경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중인 유복입기체험과 한복입기체험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여동서당에서 벌어지는 마당놀이, 삼일유가행렬, 삼일유가놀이 등이 열리기도 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짚공예체험은 하루 전에 반드시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관광안내소가 있다. 안내소를 오른쪽에 두고 왼쪽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진사댁이 나오는데, 진사댁을 중심으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 길로 접어들면 교리댁, 북비고택, 월고댁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황토흙 사이사이에 자연석을 박아 쌓아 올린 돌담길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오른쪽 길이 제격이다. 

해묵은 기와를 머리에 이고 있는 돌담길에 들어서면 마치 고향집 대문 어귀에 온 듯 포근함이 느껴진다.

정겨운 고향길 같은 돌담길을 따라가면 하회댁, 도동댁, 한주종택 등 유서 깊은 고택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훈련원 주부였던 이석문이 사도세자를 추모하며 은둔했다는 대산동 북비고택이다. 

사도세자가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을 고비를 맞이하자, 

그 부당함을 간하다가 오히려 삭탈관직을 당해 고향인 한개마을로 내려온 그는 사랑채의 담을 헐어 북쪽에 문을 내고 사도세자를 추모하며 북쪽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한다.

계절마다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는 한개마을의 자랑은 오래된 한옥만이 아니다. 

옛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한개마을 돌담길은 뭔가 특별함이 살아있다. 

황토와 돌이 어우러진 토석담은 적당한 곡선을 유지하며 집과 집을 이어주고 골목과 골목을 만나게 해준다. 

골목을 걷다 보면 느린우체통도 발견하게 된다. 

토석담과 어우러진 빨간 우체통은 보기만 해도 반갑게 느껴진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서있는 담장은 크게 외곽담과 내곽담으로 나눌 수 있다. 

외곽담은 마을 가옥이 대체로 경사지에 위치한 관계로 산지에 접한 담과 주택동 쪽의 측면담은 높은 반면, 앞뒤 주택의 영역을 구획하는 담은 낮게 되어 있다. 

내곽담은 주거건물의 처마보다 낮아 담 양측의 영역을 시각적으로 차단 또는 연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담들이 전통 한옥들과 잘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마을의 동선을 유도하면서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는 성주지역의 선비촌을 대표할 수 있는 한개마을은 전통가옥들이 짜임새 있게 잘 배치되어 있다. 

이 마을에는 한주종택을 비롯해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10동의 가옥이 있으며, 대부분이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쳐 건립되었다. 

전체적인 마을구성이 배산임수 풍수에 따라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류주택과 서민주택의 배치 등 지역적인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마을이 번창했을 당시 100호가 넘는 가구수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69호의 집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이 오랜 기간 터전을 일구고 산 마을이라 관광지라는 느낌보다는 정겨운 고향 느낌이 더 느껴진다. 

내세울 만한 무게 있는 건물도, 순천의 낙안읍성이나 아산의 외암리 민속마을처럼 남다른 특색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마을 구석구석에서 느긋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안채와 사랑채, 부속채 등이 대지의 특성에 따라 배치되어 내외공간의 구조가 다양하다. 

가구법도 전래적 가구법으로 지붕, 대청, 안방, 부엌, 툇마루 등 거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잘 남아 있으며, 

주생활을 이루었던 가제도구나 유교적 생활공간 등 중요한 모습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이처럼 한개마을은 우리 전통마을과 한옥이 원칙과 규범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골목길 굽이굽이 서려 있는 세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한개마을은

 가을이면 줄타기와 남사당놀이 등이 펼쳐지는 축제를 통해 색다른 볼거리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느긋한 걸음으로 마을을 탐색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한개마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과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성주읍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10분 정도 소요되고, 문방행이나 선방행 농어촌 버스를 이용하면 20분 정도 걸린다. 

주차는 마을관광안내소 옆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