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식영정] 바람도 쉬고, 그림자도 쉬어가는 고요한 정자

우리나라 고전문학의 기틀이 마련된 곳, 성산 끝자락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식영정은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거진 송림과 함께 자연의 여유로움이 가득한 이곳은 뒤로 울창한 숲이 있고, 

앞은 광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정자로써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당 중의 명당이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되어 있는 식영정은 16세기 중반 서하당 김성원의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은 곳이다. 

이때 김성원은 식영정 아래 자신의 호를 딴 서하당과 부용당도 함께 지었다. 

식영정 일원은 명승 제5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환벽당, 송강정과 함께 정송강유적이라고 불린다.

송강 정철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식영정을 무대로 많은 선비들과 친분을 나누었다. 시문을 익히면서 많은 가사문학작품을 지었으며 그의 대표작은 <성산별곡>이다. 

식영정은 정철의 대표작 <성산별곡>이 탄생한 가사문학의 산실로, 입구에 ‘송강정철가사의터’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단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식영정 일원은 여유로운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고, 싱그러운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힐링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식영정 일원은 동쪽의 낮은 계곡에 있는 서하당, 부용당과 함께 정자 원림을 이루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식영정에 오르기 전에 김성원이 지은 서하당과 부용당이 보인다. 양지 바른 땅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서하당은 ‘살면서 놀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김성원이 거주하였다.

 서하당과 부용당은 병자호란 때 불에 타서 소실되었지만 담양군에서 1972년 부용당을, 1995년에 서하당을 복원하였다.

 

두 발을 연못에 담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용당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부동당에 ‘연꽃 줄기는 한 줄이 넘고 못의 깊이는 배꼽을 차네’ 라는 글귀가 있듯이 연못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송강 정철은 김성원과 어질 시절 환벽당에서 함께 공부하였고 부용당과 서하당을 넘나들며 임억령에게 시를 배우며 학문을 공부하였다.

 

계단을 올라가면 식영정이 보인다. 단층 팔작지붕이며 정면 2칸, 측면 2칸의 방이 있고 마루에서는 광주호가 시원하게 보인다. 

작고 소박해 보이는 정자는 전통가옥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식영정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한가롭고 평온한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으면

 자연 속에 저절로 스며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식영정 뒤편에 가면 정철의 대표작 <성산별곡>을 적어 놓은 시비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식영정 정자 입구에는 홍매와 백매 한 그루씩 있다. 식영정 툇마루에 걸터앉아 왼쪽을 보면 홍매가 보이고 오른쪽을 보면 백매가 보인다.

 식영정에서 내려오면 <송강집>의 목판을 보존하기 위해 지은 장서각과 고직사가 있다. 또 뒤편에는 석천 임억령, 

서창 조흡, 정철의 후손 정민하와 정근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성산사가 자리하고 있다. 우거진 송림 속 솔바람을 맡으며 

식영정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주거니받거니 시를 지어 부르던 옛 선비들의 풍류를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다.

송강 정철 가사문학의 중요한 무대가 되었던 식영정은 바로 옆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대중교통 이용 시 충효187, 충효188, 1-2, 2-3, 2-4, 225번 버스 탑승 후 가사문학관 정류장과 충효동환벽동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5분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