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기림사] 찬란하게 꽃피운 불교문화재 보물창고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비롯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사찰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기림사다. 기림사는 불국사 다음으로 규모가 큰 16동의 건물이 있다. 

이 절은 신라 초기에 천축국의 사문 광유성인이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기림사는 해방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절로 불국사를 말사로 거느릴 정도로 컸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데다 불국사가 개발됨에 따라 사세가 역전되어 지금은 거꾸로 불국사의 말사가 되었다. 

그러나 기림사는 1천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사찰인만큼 보물 제833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적광전을 비롯해 국보급 문화재들이 가득한 불교문화재 보물창고다.

기림사의 ‘기림’이란 이름은 석가모니가 제자를 가르치고 중생을 교화하면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기원정사의 숲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기림사는 643년(선덕여왕 12)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삼국유사>에 ”신라 31대 신문왕이 동해에서 용으로 화한 선왕으로부터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얻어 가지고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림사 서편 시냇가에서 잠시 쉬어 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통일신라 초기인 신문왕 이전부터 있던 고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기림사의 가람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17세기 건물로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왼쪽에 약사전, 맞은편에 승병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진남루, 오른쪽으로 18세기 이후 지어진 응진전을 비롯한 조선시대 목조건물들이 있으며 수령 500년이 넘는다는 큰 보리수나무와 목탑자리가 남아 있는 구역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은 후 6차례나 다시 지어졌다는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보물 제833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건립된 대웅전에 해당하는 건물로 배흘림기둥의 다포식 단층 맞배지붕의 건물로 단아하고 웅장한 모습이다. 

대적광전 내부에는 웅장한 비로자나삼존불상이 모셔져 있고, 뒤편의 탱화도 모두 보물로 지정된 가치가 뛰어난 문화재이다.

대적광전 앞뜰에는 유형문화재 제205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일반적인 석탑양식을 따르고 있는 이 석탑은 하층기단은 갑석부터 남아 있고, 상대중석에는 우주와 탱주가 하나씩 모각되어 있다. 

그 위에 놓은 상대갑석의 윗면에는 4단으로 된 옥신괴임이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석탑을 보고 있으면 절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게 된다.

둘째 구역으로는 최근 불사한 삼천불전, 명부전, 삼성각, 관음전과 요사채 등이 있고, 셋째 구역에 기림사 유물박물관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기림사에서 나온 각종 유물과 건칠보살반가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건칠보상반가상은 종이로 만들어 옷칠을 한 특이한 보살상이었지만, 지금은 금칠을 채 놓아 본래의 모습과 분위기를 찾기 어려워 안타깝다. 

대좌 아래의 먹글씨로 미루어 1501년 연산군 때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기림사 복장불서 71책이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시대 국가적으로 제작했다는 대반야바라밀다경, 1236년애 만든 목판 중 묘법연화경을 다시 인쇄한 

묘법연화경, 흰색 종이에 금니를 입혀 써 내려간 불설대방광십륜경 5권 등 국보급 보물이 즐비해 기림사가 불교문화재를 품은 보물창고라는 말이 실감난다.

 또한 기림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매월당 김시습의 사당도 볼 수 있다. 김시습이 기림사에 머문 인연을 기리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사당이다. 

기림사에는 ‘오청수’라는 다섯 가지의 맛을 내는 신기한 힘을 가진 약수가 있다고 전한다. 

대적광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옆의 장군수, 천왕문 안쪽의 오탁수, 천왕문 밖 절 초입의 명안수, 후원의 화정수, 북암의 감로수가 그것이다. 

이 물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단맛을 내는 찻물로 으뜸인 감로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화정수, 

몸이 커지고 힘이 장군이 된다는 장군수, 눈이 맑아진다는 명안수, 물빛이 너무 좋아 까마귀가 쪼았다는 오탁수 등이 신비의 약수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장군수는 우리 선조들이 이 물을 마시고 힘이 좋아질 것을 두려워해 일본인들이 석탑으로 막았다고 한다.

기림사는 1천500년의 오랜 역사만큼 국보급 문화재를 가지고 있으며,

 신라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불교문화를 비롯한 차문화 등 화려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찰이다. 

기림사 주위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 계곡을 따라 500미터쯤 거슬러 오르면 두 암벽의 벌어진 틈새로 시원한 물줄기가 내려치는 용두연이 있다. 

이 폭포 부근은 야영하기 좋은 장소이며, 용두연과 기림사 중간에 있는 선녀탕은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기림사는 대중교통 이용 시 경주역.우체국(01-031) 정류장에서 150-1번 혹은 100-1번 버스 승차 후 안동.기림사.골굴사입구 정류장에 하차해 

근처에 있는 안동1리(02-091) 정류장에서 다시 130번 버스로 환승한 후 기림사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주차는 기림사 앞에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