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문화마을] 공동묘지 위에 지은 집, 한국전쟁 속 부산의 역사를 보다
‘햇살 도시’라고 할 정도로 햇살이 예쁜 도시 부산은 계절마다 특색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발길을 부산으로 이끌고 있다.
부산 서구에는 한국사의 아픔을 잘 알 수 있는 기념관과
6.25피란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변모한 감천문화마을이 있고, 모래사장을 걷기 좋은 남쪽 송도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스산한 계절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에서 부산여행을 시작하기 좋은 부산 서구에는 한국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비석문화마을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난민들로 가득 찼다.
몸을 누일 공간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부산의 전망 높은 산기슭은 임시로 작은 집을 짓고 살기에 최적인 곳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 등으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과 초량동의 이바구길이 있다.
촘촘하게 어깨를 대고 뿌리 내린 계단식 집들은 이제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으나 가파른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또 한 곳, 토성역에서 천마산 고개를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아미동 비석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은 부산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 역시 한국전쟁 때 피난을 내려온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을을 꾸리면서 생겨난 곳이다.
그 이전에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초량왜관을 중심으로 일본인 거주지가 형성됐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 자연스레 무덤도 생기는 법. 아미동 산자락에 일본인들을 위한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들어섰다.
때문에 비석문화마을에는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무덤문화를 엿볼 수 있다.
땅을 파서 시신을 매장한 후 봉분을 올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화장 후 유골이 든 항아리를 묻은 뒤 비석을 올리고 주위에 제단을 쌓는 방식이다.
살곳이 막막했던 피란민들에게 이곳은 기초가 잘된 집터였던 셈이다.
비석문화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피란수도 흔적길이라 하여 당시 사진들이 걸려있어서 입구부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비석문화마을의 골목을 거닐다 보면 옛 무덤의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다.
각진 모양의 상석이나 비석들은 가파른 계단의 디딤돌로 쓰이거나 옹벽 또는 집의 주춧돌 등으로 활용되었다.
담벼락 여기저기 골목 이곳저곳은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길을 따라 그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비석을 사용한 건축물 앞에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처음 찾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비석문화마을은 뼈아픈 근대의 역사가 하나의 여행 명소로 탈바꿈한 곳이다.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던 건물 외벽은 산뜻한 회화로 칠해져 골목골목 알록달록하게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는 동안 잠시 시대의 아픔을 잊게 만들어준다.
골목을 걷다 보면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길이 있는데,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 같은 골목길 경관은 비석문화마을만의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비석문화마을은 높은 산기슭에 위치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부산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비석문화마을은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으며,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은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이 따로 없다.
특히 밤이 되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부민동, 아미동 일대뿐만 아니라 멀리 자갈치시장, 남포동, 영도 일대까지 한눈에 들어와 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비석문화마을에는 좁은 아스팔트 도로변에 자리한 아미문화학습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상 3층 규모로 되어 있는 이 건물은 3층에 입구가 있는 특이한 구조의 학습관이다.
난간에는 아이들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진 한장한장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서 카페에서 부산시가지를 바라보며 커피한잔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학습관 2층으로 이동하면 최민식 갤러기가 나타난다.
한국전쟁 이후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사진에 담았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30여 점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비석문화마을을 걷다가 숨은 그림을 찾듯 비석의 자취를 찾아내는것도 흥미롭다.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은 아크릴판이 설치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굉장히 높은 곳이다.
좁지만 정갈한 골목길에는 마을 이야기를 담은 귀여운 벽화와 사진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시구등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비석문화마을은 대중교통 이용 시 부산역(경부선) 근처 부산역(03-058) 버스정류장에서
일반 87번 버스를 타고 양성슈퍼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주차는 마을 입구에 조성되어 있는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