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정] 비단물결에 신선이 노니는 멋스러운 정자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금선계곡에는 멋스러운 정자 금선정이 자리하고 있다.
금선계곡은 소백산 비로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영주시 풍기읍 욱금리와 금계리, 교촌리를 지나 서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금선계곡에는 기암괴석과 수백 년 된 노송이 들어서 이름 그대로 ‘비단물결에 신선이 노니는’ 선경이 펼쳐진다.
이 일대는 《정감록》에 기록된 조선의 10승지 중 제1승지로 금선정은 금선계곡 끝자락 언덕 아래 자리하고 있는데,
1781년 풍기군수였던 이한일이 금계 황준량(1517~1563)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금선계곡은 여전히 멋스러운 노송이 어우러져 있어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금계리’는 언뜻 봐도 명당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선의 살기 좋은 10군데의 승지마을을 적어놓은 《정감록》에서도 제1승지 으뜸으로 꼽히고 있는 곳으로 마을 뒤편의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장엄한 소백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앞은 시원하게 탁 트여 있다.
또한 이곳을 흐르는 금계천은 욱금리 금계저수지와 금계리 장생이 마을까지 1.5킬로미터 구간을 지나며 금선계곡이라는 절경을 빚어놓았다.
조선 정조5년 풍기군수 이한일과 황준량의 후손들이 금계호에서 흘러내린 금선계곡에 금선대라는 정자를 세우고 금선정이라고 불렀다.
금계계곡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위치한 금선정은 건물이 주인이라기보다 호탕한 물소리가 반증하듯 물과 소나무가 주인인 것처럼
정자와 자연이 어우러진 한 폭의 수묵화를 보듯 멋스러운 운치가 가득하다.
쭉쭉 뻗은 소나무와 시원한 계곡 물소리 그리고 소박한 정자가 어우러져 있는 금선정은 바위 위에 사뿐히 자리 잡아 길게 팔을 펴고 있는 노송과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정자 위에 올라 조용히 앉아 있으면, 금계계곡 물소리와 소나무가 만드는 바람소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곳으로 솔향 품은 바람에 잠시 몸을 맡겨보아도 좋다.
황준량은 풍기읍 서부리에서 태어났다. 농암 이현보의 손자 사위이며 퇴계 이황의 애제자였다.
24세에 문과에 급제하고 홍문관 박사 호조좌랑 겸 춘추관기사관이 되어 《중종실록》과 《인종실록》 찬수애 참여했다.
단양군수와 성주목사를 역임했으며 단양군수 시절 ‘단양진페소(단양군의 열 가지 폐단을 없애기 위한 방편)’를 올려 이름을 떨쳤고
퇴계학파의 맏형으로 청빈, 애민을 실천한 목민관이다.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황준량을 위해 퇴계 이황이 손수 붓을 들어 관 위에 ‘선생’이라고 명정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스승이 제자에게 ‘선생’이라 일컫는 일은 선비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금선정을 대문처럼 지키고 있는 비석들을 보면 후손들의 조상에 대한 존경을 엿볼 수 있다.
황준량은 금선정 아래 너럭바위를 금선대라 명명하고, 경치가 수려한 금선계곡 일대를 자주 찾았다.
금선정은 조선의 소박하고 고졸한 건축미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자이다.
정면 2칸, 측면 2칸 구조이며 벽체 없이 네 면이 개방된 전형적인 정자 양식을 하고 있다.
정자 기둥의 길이가 모두 다른 것이 특징으로 이것은 암반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기둥의 길이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난간은 평난간인데, 네 면을 두르는 일반적인 양식과 달리 계곡 쪽 앞면 두 칸과 측면 한 칸만 둘러 소박미를 더했다
황준량의 본관은 평해이며 자는 중거 호는 금계다.
금계천과 금선계곡이라는 이름은 황준량의 호와 황준량이 지은 금선대에서 비롯됐다.
금선정은 황준량이 칭한 금선대 위에 지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자로 정자 밑으로 호탕하게 흘러가는 계곡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 근심과 걱정도 함께 쓸려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에는 호젓하게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기 좋고 물 좋은 여행지를 찾는다면 영주의 숨은 명소 금선정이 제격이다.
금선정은 대중교통으로 버스 이용 시 풍기역 중앙선 근처에 있는 풍기역(3560002) 정류장에서
26번 버스 승차 후 삼가리 정류장에 하차하면 금선정계곡까지 도보 3분 거리이다.
주차는 금선계곡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