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동호정] 너른 바위 위 아름다운 정자, 그 속에서 선비문화를 읽다 

함양은 안동과 더불어 선비의 문화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도시다. 

일명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만큼 조선시대 영남사림의 본거지로 잘 알려져 있는 함양은 수많은 정자와 누각을 가지고 있는 ‘정자문화의 보고’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너른 바위 위에 세워진 동호정은 화림동계곡에 있는 정자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함을 자랑한다.

 계곡 한 가운데 수백 명이 앉을 수 있은 만큼 넓은 암반 앞에 동호정이 우뚝 서 있다.

 이 암반은 해를 가릴 만큼 넓은 바위란 뜻으로 일명 차일암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선조를 등에 업고 신의주까지 피란을 갔던 장만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지었다는 동호정은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자이다.

경남 함양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흘러 주변의 산세와 어우러져 곳곳에 빼어난 비경을 이루는 풍경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물줄기가 계곡을 휘감아 흘러 수많은 못과 너른 반석의 수려한 풍치를 이루는 곳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경관에 자랑하는 함양에는 이름난 선비들이 누정을 세우고 풍류를 즐겼던 선비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중 함양 동호정은 화림동계곡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며, 함양에서 가장 늦게 세워진 누각이다. 

‘동호’는 조선 선조 때 학자인 장만리의 호이다. 장만리는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란가던 선조의 어가를 호위하였는데, 사세가 다급해지자 임금을 등에 업고 달아나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였다.

  후에 선조가 장만리의 충성을 가상히 여겨 호성공신에 책록하였고, 이후 고종이 승정원 좌승지에 추증하고 충신 정려를 하사하였다. 

동호정은 장만리의 9대손 장재헌이 조상의 충심을 기리기 위해 1890년에 건립하였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세워진 단동의 중층 누각건물이다. 

동호정은 천장과 들보는 물론이고 기둥 하나까지 누정 전체가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는 화려한 단청이 특징이다.

동호정은 함양군 안의면에서 26번 국도를 따라 전주방향으로 약 7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국도와 인접해 있다. 

황산마을에 세거하는 거창장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2005년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81호로 지정된 동호정은 남강천 담소중의 하나인 옥녀담에 위치해 있다.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하며, 정자 앞 넓은 너럭바위와 수많은 바위 틈을 타고 쉴 새 없이 흐르는 투명한 물을 바라볼 수 있는 동호정의 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호정 한 가운데에는 노래 부르는 영가대가 있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금적암, 술을 마시며 즐기던 차일암이 있다. 

해를 가릴 만큼 넓은 바위란 뜻의 차일암의 널찍한 암반에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임을 알 수 있다. 

동호정 앞에는 이곳의 역사와 유래를 설명하는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어 처음 찾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동호정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한잔 술로 달을 희롱했다는 함양의 또 다른 정자 농월정에서 2킬로미터 정도를 가면 서하면 호성마을의 경모정이 나온다. 

경모정은 고려 개국공신 배현경의 후손들이 건립한 정자로 주변에 넓은 암반들이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쉬어 가는 곳이다. 

여기서 다시 1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차일을 덮은 듯 계곡 가운데 바위섬으로 넓게 펼쳐진 암반과 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동호정이 마주서 있다.

 동호정을 뒤로하고 다시 1킬로미터가량 더 오르면 거연정이 선보이는 또 하나의 선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처럼 계곡 곳곳에 정자와 누각을 품고 있는 함양은 다양한 정자문화를 통해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문화를 엿볼 수 있다.

동호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단동의 중층 누각건물로 내부에는 배면의 중앙칸을 막아 구성한 판벽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방을 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면의 좌측으로 통나무를 깎아 만든 계단을 두어 누로 오르게 하였고, 4면 모두 기둥의 바깥쪽으로 약 30센티미터 정도를 연장하여 계자난간을 두었다. 

마루는 장마루가 깔려 있는데 이것은 원래 우물마루였으나 후에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의 평탄한 암반 위에 조성된 동호정은 지금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데 손색이 없다.

동호정은 다른 누정과 비교할 때 동호정이 갖는 특징은 화려한 그림에 조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자는 수려한 풍경의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려는 옛 조상들의 삶이 강조된 공간이다. 

원래 방이 없고 마루만 있어 사방이 두루 보이도록 막힘없이 탁 트여 있는 게 특징이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에 세워 풍류, 휴식, 학문연마, 집회 등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되었다. 

때문에 지금도 그곳에 가면 선비들이 노닐며 꿈꾸던 유토피아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동호정은 대중교통으로 버스 이용 시 함양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함양지리산고속 정류장에서

 함양지리산고속-안의(지곡) 농어촌 버스 탑승 후 중방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주차는 주차장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동호정 입구 도로변 공터를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