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동고분군] 삼국시대 천오백 년 역사가 잠든 평화로운 산책길
걷기 좋은 팔공산 올레길 6코스 ‘단산지 가는 길’ 입구에 불로동고분군이 자리 잡고 있다.
불로동고분군은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크고 작은 200여 기의 고분이 모여있는 곳으로, 사적 제262호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풍경과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들이 인상적이며 특히 봄 여름엔 들꽃이 만발하고
가을엔 은빛 물결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어 깊어 가는 계절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멋진 풍경에 비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불로동고분군은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출토된 유물로 보아 약 5~6세기 삼국시대 형성된 이 지역 지배 세력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기 좋고, 해질녘에 가면 조금씩 하늘이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석양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불로동고분군은 지름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것부터 일반 무덤에 이르기까지 모두 214기의 무덤이 있다.
완만한 구릉에 고분이 퍼져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그러나 ‘불로동’이라는 이름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한다.
고분군이 먼저 만들어지고 난 후에 붙은 이름인데, 태조 왕건이 공산전투에서 패하고 도주하다가 이 마을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른들은 다 죽고, 어린아이들과 노인들만 남아 있었다는 고사에서 ‘불로’ 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불로동고분군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무덤으로 지방세력의 집단 묘지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고분군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고 고분 사이로 오솔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고분군 사이를 걷다 보면 큰 것은 봉분 지름이 20미터, 높이 4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고분군의 내부는 강자갈이라는 냇돌로 4벽을 쌓고, 판판하고 넓직한 돌을 뚜껑으로 삼아 덮어 직사각형의 돌방을 만든 후 그 위에 자갈과 흙을 덮은 형태이다.
돌을 쌓은 석곽이나 목이 긴 항아리, 말띠꾸미개 같은 부장품이 신라시대 분묘 형태와 흡사하고 유물로는 신라토기편, 철부, 철제못 등이 발견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불로동고분군은 예전엔 무덤이라는 인식때문에 다른 유적에 비해 찾는 발길이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구 올레길이 조성되고, 6코스 ‘단사지 가는 길’의 시작점이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불로고분 자연마당을 새롭게 단장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마치 넓은 잔디마당을 산책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뿐 아니라 나만의 정원을 가지게 된 착각까지 들 정도로 멋지게 잘 꾸며져 있다.
불로동고분군 자연마당에는 자연습지를 만들어 살아있는 생태 학습이 가능해 아이들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계절별로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동식물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안내표지판이 있어 책에서 보던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 하듯 숨어있는 꽃들과 동식물들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불로동고분군은 나무데크로 만든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 아주 좋다.
길은 평지와 다름없이 편하고 산책로 사이사이 보이는 고분들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낸다.
불로동고분군은 지형적 특성에 맞게 3개 구역으로 나눠 시민 생태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제1마당은 생태학습마당으로 습지, 건생초지, 창포초지 등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절을 느끼며 산책하기 아주 그만이다.
제2마당은 맹꽁이 서식처를 복원했고, 고분 축소모형 등을 마련해 놓았다. 또한 제3마당은 물총새 및 양서류, 곤충류에 대한 서식처를 복원하였다.
이처럼 새롭게 탄생한 불로동고분군은 도심 속 생태휴식공간으로써의 기능은 물론 본연의 역사문화지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고분군에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남다른 즐거움에 빠져든다.
봄이 되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잔디와 풀들, 그리고 금계국이 노랗게 물들며
여름에는 개망초가 하얀 풍경을 만들고 가을에는 은빛 억새로 불로동고분군만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손색없으며, 일상의 휴식이 필요할 때 잠깐 쉬어가기에 좋다.
평지에 비해 높은 곳에 자리한 고분들과 함께 어우러진 나무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힐링을 선물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잠시 돌아갈 수 있는 불로동고분군에는 넓은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다.
고분군 주차장 오른쪽에 작은 연못을 끼고 데크가 놓여 있는데 데크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무덤들 사이로 들어서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1호선 아양교역에 내려 버스로 환승하거나 아양교역에서 택시를 타면 제일 빠르다.
버스는 불로동고분군앞(00-154), 불로동고분군건너(00-156), 대구섬유박물관(09-025)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