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묘] 고려왕조의 빛나는 문장가 이규보 강화에 잠들다
석모도, 교동도 등 큰 섬을 중심으로 1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강화도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하구에 위치해 있다.
세 개의 강이 합류한 물줄기 중 한 갈래는 강화도 북쪽을 지나 황해로 흐르고, 또 한줄기는 강화도와 김포시 사이로 흐른다.
이렇듯 강화 지역은 세 하천의 하구에 위치해 있어 이들 하천이 운반하는 막대한 양의 토사가 강화수역에 퇴적되어 큰 섬들 주위에 넓은 갯벌을 발달시켰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유구한 역사를 견뎌낸 곳으로 오늘날 강화도는 강화문화제, 고인돌축제, 참성단 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이 마련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 환경과 다양한 문화재를 가지고 있어 관광 자원이 풍부한 강화도에서 가볼 만한 곳 중의 하나가 고려왕조의 빛나는 명문장가 이규보의 묘이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 곳곳에서 역사적인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석묘를 비롯해 전등사, 보문사, 참성단, 고려궁지 등이 있다.
또 한 곳을 꼽자면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이규보의 묘가 있다. 이규보는 13세기 한국문화사의 지평을 넓힌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문학인으로 크게 자부했으며, 더불어 문필을 가지고 시대에 봉사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던 고려시대의 문인이다.
강화도 전등사 가는 길 진강산 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규보의 묘는 1995년 인천광역시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되었다.
묘지 입구에 들어서면 그를 기리기 위한 여러 건물과 비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규보를 기리기 위해 세워둔 비석을 지나면 이규보 영정을 보관하고 있는 유영각을 만날 수 있다.
이규보는 삼국시대 신라 최치원, 조선 박지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역사 3대 문인이라고 할 정도로 필력이 압권인 인물이다.
고려 말 무신정권이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를 천도했을 때 무신정권의 산하였던 이규보는
우리나라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6천여 편에 달하는 글을 남긴 《동국이상국집》의 저자이자 《동명왕편》의 저자이기도 하다.
유영각 안에는 이규보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이규보는 문인으로서 화려한 관직의 등용과 순탄한 벼슬길을 꿈꾸었지만
학문 그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시험과는 동떨어져 과거에 여러 차례 낙방한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문하시랑평장사’라는 높은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이후 이규보는 최충헌에 이어 최씨 4대에 이르는 무신정권의 절정기에 화려한 필력을 인정받아 무관의 시인, 동방의 시호로 이름을 날렸다.
묘제를 모시는 사가재 먼발치 앞으로는 수령이 많아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수문장처럼 이곳을 지키고 있다.
늠름한 자태가 수려해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아담한 돌담이 전형적인 돌담의 모습으로 사가재를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는 듯한 정갈한 사가재의 풍경은 마치 권력에 아부하지 않았던 문인 이규보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고려왕조의 빛나는 문인 이규보의 묘는 과연 명당이다.
풍수지리를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그 터가 대범하고 한없이 편안함이 느껴진다.
묘역 뒤로는 푸른 잔솔이 에워싸고 있으며,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서 있다.
묘 주변으로 멋스러운 소나무와 어우러진 묘역의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묘는 별 특징 없이 소박하다. 봉분 앞에 상석이 놓이고, 석등이 하나 서 있으며, 양 옆으로 망주석 한 쌍이 배치되어 있다.
묘 주변의 석물 중 문무석은 매우 고졸하여 당시 유풍을 알 수 있는 귀한 조각이다.
양쪽에 서 있는 문.무인 석상은 매우 사실적인 모습으로 겸허하게 자리하고 있다.
치켜 올라간 눈매에 꾹 다문 입이 매우 사납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소박한 이 석물들은 당시 기풍을 엿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역사적 자료이다.
이규보 묘 옆으로 재실이 갖춰져 있다.
묘역 우측으로 백운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정사에 들어서면 사가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규보가 개경에 있을 때 별장 이름이 사가재였다.
그는 거기서 네 가지가 만족스러우니 살만하다고 전원 생활을 노래하였다.
'농토가 있어 가히 양식을 공급할 수 있으며, 뽕밭에 누에를 쳐서 가히 옷을 지을 수 있고, 샘물이 있어 가히 마실 수 있고, 나무가 있으니 가히 땔깜을 마련할 수 있다'
안쪽에 걸려 있는 ‘백운제’라는 현판은 대통령을 역임한 해위 윤보선이 쓴 것이다.
이규보가 개경에 있을 때 별장 이름이 사가재였다.
그는 풍류를 좋아해서 당시 이동식 정자까지 만든 기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글짓기에 능하고 책을 한번 읽으면 모두 기억하는 신동이라고 할 만큼 영리했던 이규보는
뜻이 맞는 ‘화문’이라는 시를 잘 지은 문인이자, 유머러스하고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그 당시 중국의 모방이 많았는데, 이규보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 이야기를 서사시로 엮는 등 민족정신에 바탕을 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선생이 남긴 문집은 《동명왕편》을 비롯하여 《동국이상국집》, 《백운소설》 등 55권으로 모두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고려가 강화로 천도해 대장경 판각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규보는 ‘문화시랑평장사’라는 종2품의 높은 관직에 있었다.
그는 불교에 귀의하여 내세를 기약하고 있었으나, 대장경이 완성되는 것도 고려가 개경을 환도한다는 것도 못 본 채 강화에서 74세로 영면했다.
그가 남긴 문집들은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어 후손들에게 많은 여향을 안겨주고 있다.
이규보의 묘는 강화나들길 3코스를 걷다 만날 수 있다.
이규보의 묘는 대중교통으로 버스 이용 시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근처 강화터미널(43-096) 정류장에서
59번(강화) 버스 탑승 후 목비고개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13분 거리이다.
주차는 이규보 묘소 앞 넓은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