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미리내성지] 故 김대건 신부, 별빛이 흐르는 은하수 마을에 잠들다

'위태로움이 없고 편안하며 탈이 없는 성곽'이라는 뜻의 안성은 예로부터 우시장이 유명했으며, 최근에는 배 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도권에 인접해 있어 신흥주택단지로 각광받고 있는 안성은 팔도의 물건들이 모여있고, 깔고 있는 터에서 농산물과 수공품이 쏟아져 나오는 문화의 접경지대이기도 한다. 

국내 대부분의 관광지에는 불교 유적지인 사찰이 자리잡고 있는데, 국내 천주교 성지로 가볼 만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안성에 있는 미리내성지이다. 

이곳은 한국 최초 천주교 사제로 알려진 故 김대건(1821~1846)가 잠든 곳으로 미리내성지는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안성에서 북쪽으로 40리쯤 떨어져 있는 미리내성지의 미리내는 ‘은하수’라는 뜻의 아름다운 우리나라말이다. 

미리내성지는 천주교 박해 당시 교우들이 모여 살며 신앙을 키우던 곳으로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와 그의 어머니인 우르술라, 김신부에게 사제품을 준 조선 교구 제3대 교구장인 페레올 주교 

그리고 이곳에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안장했던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와 더불어 무명의 순교자 16인의 묘소가 함께 있는 곳이다.  

미리내성지에 들어서면 고요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지를 둘러보면 마음이 깨끗해짐을 느낄 수 있다. 

본래 미리내는 경기도 광주, 시흥, 용인, 양평, 화성, 안성 일대 등 초기 천주교 선교지역을 이루었던 곳의 하나이다.  

미리내성지에는 103위 시성 기념성당과 성모당, 성 요셉성당 등이 있고 또 여러 성인들의 묘역과 십자가의 길 등이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골짜기 따라 흐르는 실개천 주위에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와 점점이 흩어져 살던 천주 교우들의 집에서 흘러나온 호롱불과 

밤하늘의 별빛이 맑은 시냇물과 어우러져 보석처럼 빛났던 미리내는 마치 밤하늘의 성군을 이룬 은하수와 같았다. 

또한 성지 곳곳에 김대건 신부의 순교정신을 널리 현양하기 위해 기념경당을 건립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순교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미리내성지 안에는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성 요셉 성당이 위치해 있다. 

이 성당은 강도영 신부가 신자들과 함께 건립한 돌성당으로 본당의 제대에는 김대건 신부의 하악골이 모셔져 있다. 

이국적인 건물의 성 요셉 성당은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며 건물이 아름다워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에 사로 잡히게 된다. 

오래된 스위스 어느 산골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성 요셉 성당은 웅장하지 않지만 아담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성당의 은은한 종소리에서 위안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성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이 주는 분위기에 한껏 심취할 수 있는 미리내성지는 조용히 걷다 보면 나를 돌아 수 있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다. 

넓은 성지안 자연림에는 야생초, 반딧불이, 천연기념물 등 온갖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나무가 무성해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도보 순례가 어렵지 않다.

미리내성지내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빛의 신부 묵주기도 길이 있다. 믿음, 겸손, 사랑, 순명의 빛의 신비는 1단에서부터 5단의 그림이 걸려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 안에서 그림을 감상하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는 미리내성지는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누구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안성의 명소이다.

미리내성지에 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입석이 세워진 묵주기도를 하며 걷는 길이 있다.  

화려한 입석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미리내성지 안에는 16위 무명순교자의 묘역이 위치해 있다. 

묘역에는 무명순교자비와 무명 순교자 묘역비문 그리고 성인 요한 천묘사적비 등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데 

이곳을 찾는다면 이름 모를 순교자를 위해 짧은 묵념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묵주기도길을 걷다 보면 숲에 둘러싸인 웅장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전으로 로마에서 교황이 내한했을 때, 

한국 천주교 200주년과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위 성인이 시성되었던 기념 성전이다. 

갖은 억압과 탄압에도 종교적 이념을 굽히지 않았던 당시 순교자들의 정신을 반영이라도 하듯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리하고 있다. 

103위 기념 대성전 아래쪽에는 순교 장면과 형구모형 전시장이 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찾아도 그 시절의 아픈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본당 구역 내 김대건 묘역을 관리하며 김대건 신부의 순교정식을 널리 현양하기 위해 만든 기념경당이 있다. 

김대건 신부의 동상을 지나 걷다 보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진토가 숨쉬는 곳인 '순교자의 모후'께 봉헌된 시복 기념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는 김대건 신분의 성해 발뼈조각과 관조각이 함께 보관되어 있는데 이곳에 다다르면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김대건 신부는 교우들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을 위해 해성학원을 설립하여 교육계몽운동을 벌였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시신을 비밀리에 묻어 놓은 곳에서 유래된 미리내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성지순례지 중의 하나이다. 

성지 내에는 무려 114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성 요셉 성당이 존재하고 있는데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해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이곳에서 자연이 주는 평화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순교자들의 아픈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미리내성지는 천주교 박해를 되돌아보고,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미리내성지는 대중교통으로 버스 이용 시 안성종합버스터미널(34-663) 버스정류장에서 미리내행 60번 버스 탑승 후 미리내전통테마마을. 실버타운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2분 거리이다. 

주차는 입구에 조성되어 있는 미리내성지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